곰배령
2023년 8월 27일
예전에 곰배령에서 식물 조사하다가 봤던 숲새가 떠올라서 곰배령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다. 여름 일정이 모두 끝나고 바로 곰배령 등산을 예약해서 다녀왔다.
곰배령은 점봉산을 넘어가는 고개가 마치 곰이 배를 하늘로 두고 누운 모습과 비슷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등산을 간 8월 27일은 비가 온 뒤였는데, 혹시나 뱀이 나오려나 했지만 조사 때 교수님께서 점봉산은 뱀이 없는 산 중 하나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나서 안심하고 산을 올랐다.
점봉산에 속한 곰배령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자연휴식년제로 통제되었다가 예약제로 다시 탐방이 가능해졌다. 예약을 한 후 가면 입산허가증을 준다. 이 허가증은 중간중간 계속 확인하시기 때문에 잘 가지고 다니면서 꺼내서 보여드려야 한다.
산을 타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식물은 물봉선이었다. 7월 초에 조사를 갔을 때는 잎만 있어서 주변 식물과 구분하기 쉽지 않았는데 꽃이 피어있으니 한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색의 물봉선을 봤는데, 잎의 모양이 조금씩 다 다른 것을 보니 정말 같은 종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붉은색을 한 물봉선이 흔하고 흰색 물봉선은 따로 흰물봉선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는데, 노란색은 처음 봐서 같은 종으로 포함하는지 궁금했다.
물봉선은 색 변이가 많아서 보통은 같은 종으로 본다고 들었지만 아직 식물을 구분하는 것은 많이 어려운 일이다.
다음으로 본 식물은 금강초롱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봤던 초롱꽃보다 크기도 조금 더 크고 색도 조금 더 보랏빛이 도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초롱이라는 말은 순우리말로 맑고 영롱하게 빛난다는 뜻이라는데, 이름처럼 정말 맑고 영롱한 보라색이 조금씩 들어오는 햇빛에 반짝이고 있어 정말 예뻤다.
가장 많이 봤던 식물은 투구꽃이었다. 투구꽃은 옆에서 보면 마치 병사들이 투구를 쓴 모습처럼 보인다.
투구꽃은 굉장히 짙은 보라색을 가지고 있는데, 보라색은 죽음을 뜻하는 색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투구꽃은 뿌리에 독을 가지고 있다. 물론 색과 연관된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투구꽃에 독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문뜩 색과 연관 지어졌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꽃이 습기를 머금은 듯했는데, 햇빛을 받는 곳에 핀 투구꽃은 물방울이 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반짝거렸다.
곰배령 정상에는 다양한 꽃들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꽃은 엉겅퀴였다. 엉겅퀴도 종류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정확하게 구분하기에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
벌들이 엉겅퀴를 좋아하는지 유독 엉겅퀴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다리에는 화분을 잔뜩 들고 있었다. 꿀벌 말고 다른 덩치가 큰 벌도 봤는데 호박벌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긴 귀여운 벌이었다.
바람도 산들산들 불고 꽃밭이 펼쳐져 있고, 하늘이 탁 트여있고, 벌들 소리도 들으니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이 확 와닿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식물들을 많이 봤다.
거위들이 이야기하는 것 같은 흰진범, 주황빛이 눈에 띄는 애기동자꽃, 둥근이질풀, 까실쑥부쟁이 등등 다양한 꽃이랑 구름버섯과 복어처럼 까칠까칠해 보이는 버섯도 관찰했다.
하산하는 길에는 다람쥐와 물까마귀를 마주쳤다.
다람쥐는 등산객이 주는 무언가를 받아먹고 있었는데, 오물오물 먹다가도 경계하면서 볼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는 야생동물들한테는 먹이를 잘 주지 않는데, 야생동물이 그냥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먹이를 주는 것도 과하지만 않는다면 야생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물까마귀는 계곡에 오면 꼭 보고 가고 싶은 새다.
작고 까맣고 동그란 새가 거센 계곡물의 흐름을 어떻게 버티는지, 물살이 센 곳에서 목욕도 하고 수영도 하고 잠수도하는 정말 멋있는 새다.
동글동글 초콜릿 색이라서 물에 빠뜨린 초콜릿 같기도 하다.
솔부엉이 깃털도 발견했는데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많이 밟히고 상해서 사진으로만 남겼다.
솔부엉이는 실제로 본 적이 없는데 깃털로라도 마주쳐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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