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의 아침
2023년 6월 23일
이 날은 경호 산불지역에서 탐조를 하려고 4시쯤부터 출발하여 경포대를 향해 열심히 걸었다.
4시 30분쯤에 위촌천 부근에 도착했었는데 새벽부터 개개비가 일어나 열심히 지저귀고 있었다. 조금 더 지나니 뻐꾸기가 울고 점점 다양한 새소리가 들려왔다.
가는 길에는 전날 내렸던 비 때문에 물 웅덩이가 고여있었는데, 이 날따라 바람이 안 불어서 물이 잔잔하게 깔려 마치 거울처럼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비 온 후에 살짝 선선해진 날씨와 거울처럼 비치는 풍경이 합쳐져서 붕 뜨는듯한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경호를 지나기 전 경포생태저류지를 지나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강릉이지만 이 날따라 유난히 잔잔해 저류지 전체가 거울처럼 빛났다. 여름이 돼 가고 있어 풀들도 나무들도 울창해지고 비 온 뒤 남아있는 구름이 멋지게 어우러져 산뜻하게 탐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경포생태저류지를 지나면 경포천이 나온다. 경포천은 오리들이 잠자는 곳이다. 항상 흰뺨검둥오리들이 잠을 자러 모이고 새벽같이 일어나 목욕하고 스트레칭을 한다. 겨울에는 쇠오리, 청둥오리도 모이는 오리들의 보금자리이고 할미새랑 백로, 물떼새, 도요새들도 같이 먹이활동을 하러 모인다.
경호에 도착하니 때맞춰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유난히 고요한 날, 멀리 보이는 호텔과 주황빛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과 구름이 호수에 비쳐 데칼코마니처럼 보였다.
경포대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파랗게 물든 하늘과 함께 이미 산불 피해로부터 회복한 수생식물들이 보인다. 해가 뜨면서 점점 기온도 올라가고 햇빛도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뜨거워지는 만큼 풍경도 더 진해지고 선명해져서 아름답게 보였다.
경포대에 도착해서 누각 안으로 들어가면 더운 날씨와는 다르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신가 하게도 누각 안으로 들어가면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바람이 통하며 시원하게 무더위를 식힐 수 있다. 3단으로 되어있는 마루를 올라가면 경호를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여름 피서는 바다나 계곡도 좋지만 시원한 바람도 불고 멋진 풍경도 있는 경포대로 오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경포대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바로 산불 피해지역이 나온다. 수많은 소나무들이 새카맣게 탔지만 밑에 작은 초본들은 이미 무성하게 자라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산불지역을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소리는 되지빠귀와 때까치의 소리였다. 고요한 숲 속에서 들리는 되지빠귀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들어가면 뻐꾸기랑 딱따구리 소리도 많이 들려온다.
경포대 입구 쪽에서는 어린 딱새들과 함께 있는 어미 딱새를 봤다. 새벽에 사람이 와서 놀랐는지 꽤나 거리가 있었지만 어린 딱새들은 바닥 쪽으로 숨고 어미 딱새는 담장에 앉아 나를 경계하며 쳐다보는 듯했다. 산불지역에 어린 개체들이 있다는 건 산불지역에서도 번식을 했다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숲 속에는 어린 참새도 있었는데 어찌나 호기심이 많은지 풀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제대로 찍힌 사진이 없다.
새들의 시간에 맞춰서 새벽부터 나간 탐조였지만 사실 숲으로 역광이 들어 새들을 자세히 관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경호에서 맞는 아침과 걸어가면서 본 고요한 풍경들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새는 많이 보지 못했지만 얻어가는 것이 참 많은 것 같은 6월의 어느 하루였다.
인콕 3단 전자레인지 멀티 찜기
COUPANG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