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

쇠딱다구리 / Dendrocopos kizuki / Japanese Pygmy Woodpecker

YYGoldcrestYY 2023. 9. 21. 22:20

쇠딱다구리(Dendrocopos kizuki)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텃새이다. 인가 주변, 산의 초입부터 높은 산까지 관찰되는 환경이 다양한 편이다.

쇠딱다구리는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딱다구리류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이다.  이름에 '쇠'가 붙을 때는 크기가 작다는 것을 뜻하는데, 쇠딱다구리, 쇠박새, 쇠오리, 쇠백로 등을 보면 모두 속한 과에서 크기가 작은 종이다.

쇠딱다구리는 아물쇠딱다구리와 헷갈릴 수 있는데, 야외에서 관찰할 때는 몸 윗면의 무늬를 통해 쉽게 동정할 수 있다. 쇠딱다구리는 날개 전체에 흰 줄무늬가 있지만 아물쇠딱다구리는 등과 허리가 흰색이고, 날개덮깃에 큰 흰색 반점이 있다.

새를 보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면 크기의 차이도 쉽게 눈에 들어오는데, 아물쇠딱다구리가 쇠딱다구리보다 대략 5cm 정도 크기가 크다.

2022년 5월 6일 - 양양에서 관찰한 쇠딱다구리, 날개 전체에 흰 줄무늬가 있다.
2022년 5월 22일 - 양양에서 관찰한 쇠딱다구리, 몸 아랫면에는 갈색 줄무늬가 있다.


쇠딱다구리의 암수 구분은 야외에서 매우 힘들다.

수컷은 뒷머리에 붉은 반점이 있는데, 야외에서는 머리깃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끔 머리깃을 부풀리고 있을 때 잠깐 볼 수 있어 사실상 야외에서는 구분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5월 6일 - 양양에서 관찰한 수컷 쇠딱다구리, 자세히 보면 뒷머리에 검은색과 흰색이 맞닿는 부분에 붉은색 반점이 희미하게 보인다.


쇠딱다구리는 나무의 껍질을 파내서 거미나 곤충을 먹거나 나무열매를 먹기도 한다.

나무껍질을 파낼 때는 나무줄기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부리로 쪼아대는데, 이때 발소리와 부리소리가 산속에서 굉장히 잘 들려서 찾기 소리를 통해 찾기 쉬운 새이다.

2022년 7월 17일 - 한택수목원에서 관찰한 쇠딱다구리, 나무껍질을 열심히 파고 다녔는지 부리에 톱밥(?)이 많이 묻어있다.
2022년 10월 1일 - 오대산에서 관찰한 쇠딱다구리, 나무 줄기에 붙어 먹이활동하고 있다.


딱다구리가 자신을 과시하거나 영역표시를 할 때 나무를 연속적으로 두드리는 것을 드러밍(Drumming)이라고 하는데, 소리가 굉장히 크고 멀리 들려서 탐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드러밍 소리를 듣고 공사하는 소리인 줄 알았던 적도 있다. 이때 드러밍하던 딱다구리가 쇠딱다구리였는데, 작은 체구로 그렇게 큰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웠다.

2022년 4월 3일 - 양양에서 관찰한 쇠딱다구리의 드러밍

내가 처음 탐조를 시작한 계기가 됐던 새가 바로 딱다구리였다. 아주 어렸을 때 산에서 딱 한 번 딱다구리를 본 기억이 있는데, 유튜브에서 딱다구리 영상을 보고 굉장히 흔한 새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핸드폰 하나 들고 집 뒷산으로 올라가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다였는데, 정말로 몇 걸음 걸을 때마다 딱다구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본 기억이 많이 없는 새라서 보기 어려운 새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냥 나의 관심사가 아니어서 눈에 안 보였던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새를 찾고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그 이후로도 흔하지만 알지 못했던 다양한 새들을 보니 세상에는 정말 내가 몰랐던 생물들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연히 생물학을 잘하고 재밌어서 생물학과에 진학하고 나서 새를 보기 시작하니 새가 있는 환경들이 보이고, 식물들이 보이면서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재밌어졌다.

굉장히 사소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탐조였지만 내가 재밌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뜻깊은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 자연과생태, 박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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